제약 및 바이오텍 산업에서 동물 실험은 오랫동안 신약 개발의 필수 과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일부 선도적인 제약회사들이 동물 실험을 줄이거나 대체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윤리적 고려를 넘어, 비용 효율성 증대, 약물 개발 성공률 향상, 그리고 새로운 시장 기회 창출과 같은 비즈니스적 이점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동물 실험에서 벗어나고 있는 제약회사들의 사례와 그들이 채택한 혁신적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1.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과감한 전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활용
글로벌 제약 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2019년부터 동물 실험을 7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 접근법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GSK는 약물 독성을 예측하기 위해 'AI-독성 예측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초기 약물 발굴 단계에서 동물 실험 없이도 잠재적 독성을 평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GSK는 수백만 개의 화합물과 그 독성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화합물의 안전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초기 단계에서 효과가 없거나 독성이 있는 화합물을 걸러내어,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동물 실험 필요성을 크게 줄였습니다.
GSK의 연구개발 책임자 할 바론 박사는 2023년 발표에서 "이 접근법은 개발 초기 단계 비용을 25% 절감하고, 동물 실험을 70% 감소시켰으며, 임상 1상 성공률을 15% 높였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윤리적 고려와 비즈니스 성과가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2. 로슈(Roche)의 인체 모델 투자: 오가노이드 중심 연구
스위스 제약 기업 로슈는 2018년부터 인체 조직 모델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생명공학 기업 인스템(Instem)과 협력하여 '휴먼 임팩트' 프로그램을 출범시켰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체 조직 기반 연구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로슈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미니 장기)를 이용한 약물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여 폐암과 대장암 치료제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이 기술을 통해 개발된 항암제 '티센트릭'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로슈에 따르면, 오가노이드 기반 검증을 통해 동물 실험 대비 약물 효과 예측 정확도가 40%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로슈는 2021년 인체 장기칩 개발 업체 에멀레이트(Emulate)에 1억 달러를 투자하며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된 '폐-온-어-칩' 기술은 현재 호흡기 질환 약물 개발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로슈의 이런 접근법은 단순히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인간에게 더 적합한 약물을 더 빠르게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로슈의 연구 혁신 책임자 존 리드 박사는 "인체 모델 기반 연구는 궁극적으로 임상시험 실패율을 낮추고 환자에게 더 빨리 더 나은 약물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3. 애보트(Abbott)의 인실리코 기술 도입: 컴퓨터 모델링의 힘
미국의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는 인실리코(in silico)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동물 실험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인실리코 기술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약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방법입니다.
애보트는 2020년부터 '가상 인간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심혈관계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컴퓨터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이 모델은 다양한 연령, 성별, 유전적 배경을 가진 가상의 환자들에게 약물 반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심장 박동 불규칙, 혈압 영향, 간 대사와 같은 복잡한 생리학적 과정을 모델링하여 동물 실험 없이도 약물의 잠재적 부작용을 예측합니다.
애보트의 최고 과학 책임자 로버트 블룸 박사는 "인실리코 테스팅은 개발 비용을 30% 절감했으며, 초기 약물 후보군 선별 과정에서 동물 실험 필요성을 85% 감소시켰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이 기술을 통해 당뇨병 치료제 개발 기간을 1.5년 단축했다고 합니다.
애보트의 사례는 컴퓨터 모델링 기술이 단순한 동물 실험 대체를 넘어 약물 개발 전 과정을 혁신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 아스트라제네카의 3Rs 전략: 대체, 감소, 개선의 체계적 접근
영국-스웨덴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는 체계적인 '3Rs'(대체: Replacement, 감소: Reduction, 개선: Refinement) 전략을 통해 동물 실험을 줄이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부터 시작된 '윤리적 혁신 이니셔티브'를 통해 기업 내 모든 연구 과정에 3Rs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세유체공학 기술을 활용한 '오르간-온-어-칩'과 줄기세포 유래 조직 모델을 결합하여 호흡기, 신장, 간 질환 약물 연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인간 세포 기반 실험을 통합한 '통합 테스팅 전략'을 개발했습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전체 연구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45% 줄였으며, 특히 초기 약물 독성 평가 단계에서는 동물 실험을 거의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호흡기 질환 치료제 '파세노클레'는 2023년 FDA 승인을 받았으며, 개발 과정에서 전통적인 방식보다 70% 적은 실험동물이 사용되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과학책임자 박사는 "3Rs 전략은 윤리적 책임을 다할 뿐 아니라, 더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약물 발견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더 빨리 제공한다는 우리의 사명과 완벽히 일치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론. 윤리적 혁신이 만드는 비즈니스 가치
동물 실험에서 벗어나고 있는 제약회사들의 사례는 윤리적 고려와 비즈니스 성과가 상충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인공지능, 인체 조직 모델,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같은 혁신적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비즈니스 이점을 얻고 있습니다:
- 개발 비용 절감: 초기 단계에서 효과가 없거나 독성이 있는 약물 후보를 탈락시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개발 기간 단축: 더 빠른 스크리닝과 평가를 통해 시장 출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 임상시험 성공률 향상: 인간 생리를 더 잘 반영하는 모델을 통해 임상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브랜드 가치 향상: 윤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 규제 대응 유연성: 점차 강화되는 동물 실험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제약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줍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동물 실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윤리적 선택을 넘어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제약 연구 개발은 인간 중심적이고 기술 기반적인 방향으로 계속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